미생(未生)의 우리에게
- 작성자 이승연 (2020 입학)
- 작성일 202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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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미생(未生)의 나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 내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교육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교사’만을 목표로 하여 그것만 보고 달려왔다. 하지만 상명대학교 교육학과에 입학하면서 세상에는 내가 알지 못했던 너무나 많은 방향과 길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고 ‘교육과 관련된 학과=교사’라는 나의 신념은 깨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2학년이 되면서 교사만을 꿈꿨던 나는 자연스럽게 조급함과 혼란을 겪었던 것 같다. 계절학기 종강을 막 앞뒀던 지난 7월, 교직과목 마지막 수업을 마무리하시면서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교육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비판하여 훌륭한 교육적 안목을 갖춰 참된 교육자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여, 늘 자신의 교육행위를 반성하는 교사가 되라고. 이 말을 듣고 교사를 꿈꿨던 고등학생, 그때의 감정이 다시 기억났다. 당시 나는 대학 진학을 희망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신경을 쓰지도 않은 채 출발점에서부터 제외시키는 학교의 모습을 보며 신물이 났다. 친구들과 나는 대학이라는 너무나 좁고 가시적인 목표를 향해 ‘왜 가야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보지도 못한 채 영단어 하나를 더 외우고 문제를 하나 더 풀어야 했다. 일단 대학교만 가면, 실컷 놀고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것이라는 회유만 잔뜩 늘여놓은 채,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사회에서 살아남는 것임을 배우게 하는 교실이 너무나도 잔인했다.
본능적으로 우리는 살아남으려면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로 거듭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따라서 다들 누구보다 치열한 학창시절을 보냈고, 대학의 문턱을 넘는 것이 이를 증명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부터 생겼다고 생각한다.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혁신’과‘창조’라는 단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저 시험을 잘 보고 모의고사 성적만 잘 나오면 됐던 학창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고차원적인 사유를 요구했다. 무엇인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견해를 논리적으로 피력하는 습관이 부족했던 나는 교수님들의 “생각해보아라.”라는 말씀이 때로는 무섭기도, 벅차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끊임없이 교육의 현실과 이념을 고찰하는 과정은 교직을 꿈꾸는, 혹은 교직이 아니더라도 교육에 뜻이 있는 우리가 교육의 현상과 본질에 대해 철학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교육의 실상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 비판하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교육적 과제의 대안을 찾아나간다면 우리는 현재의 교육뿐만 아니라 미래의 교육까지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나는 비록 2학년이지만, 다양한 전공수업을 통해 넓힌 견문을 통해 이러한 사유를 한다는 것은 감히 2021년을 기점으로 40주년을 맞이한 상명대학교 교육학과의 위상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지난 학기 교육학과 전공 수업에서 배운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실존주의 교육철학의 내용을 덧붙이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실존주의 교육철학은 끝없이 사유하고 그를 통해서 더 끊임없이 성장하는 ‘실존주의적 인간’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 이 실존주의 철학에서 인간은 숙명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이미 알고 있으며, 자신을 의식,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질문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또한 인간의 삶은 때때로 운명적 사건 때문에 중단되며 이 운명적 순간에 비로소 실존이 빛을 발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러한 실존주의에 기반을 둔 실존주의 교육철학은 죽음과 우울 같은 어둠을 교육의 한 영역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진솔한 면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실존주의 교육철학의 회의적인 면은 지난 학기 학교를 다니는 동안 내 나름의 교사상을 성립하는데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참된 교사란, 지성적이기보다는 학생들의 자신의 실존에 대하여 심적 갈등과 어려움을 겪는 것에 깊이 공감할 줄 알아야 하고, 혼란의 시기를 겪는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풍부한 경험의 소유자여야 한다. 또한 학생들의 독립성을 존중하며 교육해야만 내가 좌절을 느꼈던 나의 고등학교 시절의 교실이 되풀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명대학교 교육학과에 진학하여 더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사유를 하고 바른 안목을 가진 교육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에 무척이나 영광이다. 그만큼 애정이 담긴 교육학과의 40주년은 내게 더 의미가 깊다. 상명대학교 교육학과에서 보고 배우고, 느낀 것을 잘 가꾸어 우리는 실존에 끊임없이 의문을 품고 저마다의 해답을 찾아 더 나은 내일과 미래를 준비하는 존재인 만큼, 사고와 비판을 통해 끊임없이 성찰하여 창조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열고 누구보다 멋지게 도약하는 우리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