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과 OFF THE RECORD
- 작성자 김다정 (2016 입학)
- 작성일 2021-10-14
- 조회수 1948
졸업한지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 16이호동 학우로부터 교육학과 40주년 기념 책자에 실릴 글을 작성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았다. 그 당시 밤 11시까지 야근을 하고 있던 나는 대충 알겠다고 답했지만 금새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제출일 전날 저녁, 갑자기 호동이의 부탁이 떠올랐고 나는 허겁지겁 노트북 앞에 앉아 교육학과에서의 추억을 회상하며 글을 썼다. 화이자 2차를 맞은지 2일차, 내 몸이 열심히 항체를 생성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만약 나에게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면 다시 2016년으로 돌아가고 싶을 만큼, 교육학과에서의 순간들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 수많은 추억들 중에서 우리만 알고 있던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1. 수요일은 ‘술’요일
학우들 사이에서 Hell of Hell이라고 여겨지던 2학년 2학기부터 3학년 1학기까지, 우리는 ‘술’요일을 만들어 수요일마다 종각역에 위치한 ‘청강에 비친 달’(지금은 없어짐)에서 막창과 소맥을 먹었다. ‘술’요일이 하필 금요일도 아니고 수요일이었던 이유는 그 당시 우리가 가장 힘들어 했던 이정민 교수님의 교육학교과교육론(줄여서 교.교.교), 교육학교과교재 및 연구법(줄여서 교.교.연) 수업이 수요일에 있었기 때문이다.(하하!) 술요일은 술을 마시지 않고는 2~3학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이유에서 만들어졌는데, 수업이 6시에 끝나서 배가 고프기도 했고 특히 각자의 발표, 수업시연이 끝나는 날에는 축하의 의미로 자주 모였다. 물론 3학년 2학기가 되고 더 바빠지는 바람에 술요일은 점차 뜸해졌지만, 그래도 저녁마다 다같이 맛있는 것을 먹으며 동기애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 수 있었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2. 교육16 선정 상명대학교 3대 포토존
사진을 잘 안 찍는 나도 교육학과에서의 4년 동안 만큼은 사진을 참 많이 찍었고, 또 찍혔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자주 애용하는(?) 포토존이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①학생회관 앞 벚꽃나무 ②사범대 학생회실 옆 거울 ③헤이스타 였다. ①번은 매년 벚꽃시즌만 되면 같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그 당시 가장 유행했던 ‘아날로그 파리’ 필터로 보정을 하면 사진이 세상 예쁘게 나왔다. 그리고 가끔 그 곳에서 사진을 찍다보면 종종 교수님을 마주칠 수 있었는데, 특히 장석진 교수님을 가장 많이 목격했던 것 같다. 고학년이 될수록 장석진 교수님을 뵐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어 나를 포함한 학우들이 교수님을 굉장히 반가워했던 기억이 난다. (교수님께서 같이 사진도 찍어주셨다!) ②, ③번은 아직 교육학과 과방이 없던 시절에 자주 찾던 포토존이었다. 우리는 공강 시간마다 학생회실이나 헤이스타에서 자주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각 장소마다 찍는 사진의 느낌이 조금 다르다. 학생회실 옆 거울은 동기들끼리 트윈룩으로 맞춰 입었을 때(ex. 단체로 과잠 입기, 린넨 소재의 옷 입기, 모나미룩 등) 주로 단체로 사진을 찍었고, 헤이스타에서는 주로 SNOW 어플의 각종 필터들을 사용해 셀카를 찍으며 놀았다.(이 녀석들이 공부는 안 하고!)
3. 그 시절 우린 ‘보난자’ 카드게임에 진심이었다.
사범대 학생회실이나 헤이스타 외에도 우리가 공강 시간마다 자주 모여 있던 곳은 바로 미래백년관 지하1층의 ‘그라찌에’ 카페였다. 그라찌에에는 여러 가지 보드게임들이 비치되어 있었는데, ‘보난자’는 그 누구도 가져가지 않았던 가장 인기 없는 보드게임이었다. 누구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공강 시간에 ‘이거라도 할까?’ 싶어 가져왔던 것이 어찌 된 일인지 동기들 사이에서 가장 HOT한 보드게임이 되었다. 문제는 아무도 이 카드게임의 공식 규칙을 몰라 우리끼리 마음대로 룰을 만들어 야매(?)로 게임을 했다는 것이다. 1~3학년 후배들은 그라찌에에서 열심히 과제를 하던데 4학년이라는 선배들은 베짱이처럼 놀고 있는 모습이라니. 그래도 지루한 공강 시간을 ‘보난자’ 덕분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4학년 때는 9학점만 들으니, 수업 하나 들으러 인천에서 서울까지 통학을 해야 했던 나에게는 나름 즐겁게 학교를 다닐 수 있던 이유가 되어 주었다.
쓰다 보니 교육학과와 관련된 글이라기보다는 동기들과 놀았던 추억이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래서 제목도 OFF THE RECORD라고 지었다.) 교육학과의 40년 중 나는 4년의 시간을 함께 채워나갔지만, 앞으로도 누군가의 소중한 경험과 추억들이 모여 교육학과의 50년, 100년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교육학과에서 보내는 순간들이 모두에게 의미있고 행복한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
※ 저는 현재 송파구에 위치한 진로체험지원센터에서 근무한지 어느덧 2년차가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총 6명의 교육학과 졸업생들이 서울시 각 자치구에 위치한 진로센터에서 함께 의지하며 일하고 있어요~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강의 진행이 어려워 비대면 교육 영상을 만들고 있는데, 가끔 저도 출연한답니다!(https://youtu.be/-l-JQyfHBMA) 영상 촬영 중인 저의 근황 사진을 함께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