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과에서 경험한 5년간의 배움
- 작성자 송진주 (2015 입학)
- 작성일 2021-10-14
- 조회수 2061
이 글을 쓰기에 앞서 제게 교육학과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기 위해 5년간의 대학 생활을 되돌아보았습니다. 고민 끝에 교육학과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해준 곳’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 교육학과를 진학하여 경험하지 못했을 다양한 것들을 접하고 이 과정을 통해 저 스스로도 알지 못하였던 제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경험을 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활동을 꼽으라면 문화부에 들어가 동기들과 함께 연극을 준비했던 것입니다. 새내기 당시 저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성격을 갖고 있어 처음 대본을 읽을 때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일상이었으며, 표정을 연기할 땐 소심해서 제대로 해내지 못할 때도 있었습니다. 잘하지 못하는 제 모습을 보며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고 때론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혼자가 아닌 함께였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서로 연습할 때 “이 동작은 이렇게 표현하면 좋지 않을까?”, “이 문장은 이렇게 바꿔보면 어때?” 와 같이 진심 어린 조언과 도움을 주며 하나의 극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더 뛰어난 누군가가 혼자 앞서가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 느리더라도 다 같이 함께 가려는 마음이 느껴졌고, 서로를 경쟁자가 아닌 동행자로 생각하고 있음을 행동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맡은 역할에 애정을 갖게 되었고 연극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실패하거나 잘하지 못하더라도 믿고 의지해 줄 동기가 있기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할 수 있었고 결국 모두의 노력이 모여 극 하나를 완성시켰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공연이 끝나고 가족, 교수님, 선·후배, 친구들이 박수쳐주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처음엔 단순 재미를 위해 참여하였지만 연극은 제게 그 이상의 가치를 주었습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한다는 것의 중요성,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면 된다는 자신감, 결국 노력하면 이루어낼 수 있다는 성취감까지. 이처럼 많은 깨달음을 준 문화부는 아직까지도 제 마음속에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연극을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된 저는 이후 문화부 차장도 맡고 교육학과의 다양한 활동들을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다 교육학과에서 제공하는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에도 지원하며 독일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독일에 간 저는 직접 학교에 파견되어 독일의 학교교육을 몸소 체험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미성년 난민교육, 학교사회사업 등 여러 교육 프로그램도 접하며 교육에 대한 안목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당시 진로를 정하지 못해 불안감과 막막함을 느끼고 있던 저는 한 학교사회사업가의 강연을 듣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확신을 갖고 있는 그들을 보며 나도 훗날 교육과 청소년에 대한 확신과 비전을 가져야지!’라고 다짐했던 내용이 아직까지도 생각이 납니다. 그때부터 전 독일에서 청소년을 향한 관심과 다양한 제도를 보며 독일, 교육, 청소년의 키워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와 관련된 것을 조금 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저는 인턴십이 끝난 후 한국에 돌아와 독일 교환학생에 지원하였고 운 좋게 독일 교환학생으로 선정되어 독일로 다시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교환학생을 준비하며 ‘독일에서는 청소년을 어떻게 지원하는지, 독일 내 청소년이란 어떤 존재인지, 한국과 독일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등 여러 궁금증을 독일에서 생활하고 관찰하며 해결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독일에 가니 교육 자체에 대한 탐구도 중요했지만 1년 동안 살아야 할 낯선 환경에 적응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 결과 학문적으로는 깊게 탐구하진 못했지만 그밖에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더 값진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외국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을 어려워하던 저는 새로운 언어를 배워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도하고 있었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관심 갖던 저는 언제부터인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타인의 시선, 평가가 제외되니 한국에서는 쉽게 하지 못할 일을 즐길 수 있었고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삶을 사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변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독일의 삶과 문화에 적응하고 녹아들기 위해 노력한 것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결국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앞만 보고 질주하며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던 과거 한국에서의 저는 독일에서 걸음을 멈추고 세상을 바라보았고 그 중심엔 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독일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많이 보고, 듣고, 생각하게 된 저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인생의 주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한국의 교육 커리큘럼에 맞게 지식을 암기하고 주어진 단계를 순차적으로 따라갔던 저는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하며 목적과 의미를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다행히 바로 복학하였던 저는 여러 교육학과의 수업을 통해 교육과 관련된 여러 주제를 학습하며 ‘왜’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었고 나만의 언어로 생각도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5년간 교육학과를 재학하며 다양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고 전부 소중한 추억이 되어 한층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교육학과가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했을 때 ‘도움닫기’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졸업 당시 교육학과에서의 배움을 혼자서만 깨닫는 것이 아닌 훗날 소외받는 다른 청소년에게 공유해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앞으로도 계속 교육계에 종사하며 제 뜻을 펼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이러한 깨달음과 가르침을 주신 교육학과의 모든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교육학과의 4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