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도, 스포츠의 대중화를 꿈꾸다.
- 작성자 고홍기 (2013 입학)
- 작성일 2021-10-14
- 조회수 2009
교사의 꿈을 접고 취업준비를 하며 호기롭게 작성했던 첫 이력서의 제목입니다. 이력서를 작성한지 1년도 지난 지금, 이 제목을 다시 보니 그 때의 다짐이 생각나 감회가 새롭습니다. 또, 치열했던 그 때의 경험을 교육학과의 후배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되어 기쁘기도 합니다. 이제 막 사회에 나오게 된 초년생이지만, 나의 선배들이 그러했듯 나의 후배들도 이 경험담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랜만에 글을 써봅니다.
내 멋대로 산 교육학과에서의 7년 반
저는 지금 운동검사 솔루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의 경영지원 부서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교사를 꿈꾸던 교육학도가 갑자기 무슨 운동검사냐 하겠지만, 대학 시절의 모든 경험은 어떤 방식으로든 저에게 도움을 주고 있으며 교육학과를 졸업했기에 가능한 일들도 있습니다. 교육학과의 학생들이라면 졸업할 때까지 지겹도록 듣는 ‘지, 덕 체’를 실현하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보람찬 일이기도 합니다.
어릴 적부터 갖고 있었던 영어교사라는 꿈을 위해 상명대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학교의 교사들의 교육방식에 불만을 가져 내가 교사가 되어 더 나은 교육을 보여주겠다는 호기로움은 사범대학에서도 충족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육의 아름다운 면만 보는 것처럼 느껴졌으며, 시험 통과에 맞춰진 교사 선발과정은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사를 선발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웠습니다. 자연스레 전공 공부에 흥미를 잃었고 학점은 학사경고를 받게 될 지경이었으며, 같은 과에서도 가까이 지내는 학우 한 명 없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는 아집마저 갖고 있었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현실에 대한 불만을 고집이라는 핑계로 애써 무시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다양한 경험이 있었지만 학교를 같이 다니던 형의 충고는 가장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임용 볼거라 학점관리 안해도 돼요.’라는 말에 그 형은 ‘학교공부도 제대로 못하면서 임용은 잘 볼 수 있을 것 같냐.’라고 꾸짖었습니다. 현재에 집중하지도 못하면서 다른 일은 잘할 거라는 핑계에서 벗어난 계기였습니다. 항상 내 생각은 옳다는 고집에 갇혀있었지만,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려 내 모습을 마주보고 인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교사가 되지는 않았지만, 초과학기까지 다니며 영어교육과 복수전공을 포함해 거의 모든 과목에서 A학점을 받으며 졸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무엇을 해야 될지 몰라 길을 잃었을 때 힘을 많이 얻게 해준, 정말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뭘 해야 할지 알면서도 걱정이 앞서 아무 것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들보다 걱정이 많아 더욱 그랬었는데, 그럴 때 필요한 것은 ‘뭐라도 일단 하는 것’입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의지를 가지고 하는 모든 일들은 반드시 언젠가 어떠한 형태로든 도움을 줍니다. 심지어는 이러한 마인드셋이 전혀 관련 없는 일도 관련이 있도록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교육학과의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단 한 가지는 ‘나를 마주보고 현재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일단 나를 인정할 수 있게 되면, 무엇이든 하고 보는 추진력이 생기게 됩니다. 사범대에서의 교육봉사, 대학생 멘토 캠프, 의무경찰에서의 21개월, 사범대 축구리그 개최, 축구 지도자 자격증, 말레이시아와 싱가폴에서 일한 3년, 인턴십 등은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한 것들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현재에 집중한 결과물들입니다. 나아가 이러한 경험들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일들에 마치 퍼즐조각처럼 한 부분을 구성하게 됩니다.
교사(敎師) 그리고 선생(先生)은 보이지 않는 앞을 먼저 경험해보고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그 길을 비춰주는 사람입니다. 임용고사 통과를 위한 지식은 그 길을 만드는 재료 중 하나일 뿐이며, 다양한 경험 없이는 절대 길을 비출 수 없습니다. 저의 경우 운동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으며, 이 경험이 한국 교육에 빛을 비추는 한 방식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여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교사가 되든 취업을 하든 교육학과를 졸업한, 그리고 졸업할 우리는 모두 교육자입니다.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다짐을 돌아보고,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해나갈 때 교육학의 정신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