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사람에게 용기를 준 교육학과
- 작성자 이윤지 (2012 입학)
- 작성일 2021-10-14
- 조회수 1981
평범한 회사원인 31살의 나는 가끔 ‘사교성이 좋다.’ 라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에서 이사람 저사람 친한 사람이 많다는 점이 장점이라는 칭찬을 종종 받곤 하는데, 그러면서 받는 질문, ‘대학 시절은 어떠셨어요? 완전 신나게 보내셨을 것 같아요’
사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 마다 부끄럽게 웃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어휴, 말도 마세요, 전 정말 아싸(아웃사이더,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여서, 크게 뭐 활동 한 것도 없이 조용히 보냈어요.’
실제로 늦깎이 입학생이라 제때 대학에 입학한 동기들보다 두 살이나 많았던 나는 약간의 자격지심과 함께 나이가 어린 선배들과 동기들이 조금은 불편한, 그야말로 소심하고 부족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항상 하는 말은 있다. ‘존경하는 교수님을 알게 된 것은 인생의 큰 보물이었노라’
다른 무슨 일보다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간이 가장 즐겁고 보람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교수님은 솔직히 이제와 말하지만 지나치게 열정이 넘치는 분이셨다. 과 생활도 제대로 못하고, 어리버리 소심한 부족하기만 했던 나 같은 제자까지 돌봐주셨던, 그런 교수님이셨으니까.
그래서 ‘교육학과와 나’를 생각해보았을 때 술을 잔뜩 먹어보는 단체 생활 기억이라거나, 아니면 교육학의 진리를 깨닫는 그런 지식적 경험 같은 기억은 솔직히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내게 있어서 교육학과는 교수님이라는 스승과, 그 교수님이 보내준 독일 교환학생 경험이 가장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는다.
독일 교환학생을 가게 된 것은 굉장히 우연이었다. ‘넌 대체 요즘 뭘 하느냐’ 라는 교수님의 질문에 대학생 누구나 다 하는 그런 답변을 했다. ‘영어공부를 하고 있으며, 외국에 한번 가보고 싶다.’ 라고 막연한 희망을 이야기했던 부족한 제자를 기억하고 ‘그럼 독일 교환학생이 새로 생겼으니 참여해보렴’ 하고 챙겨주신 교수님.
사실 ‘스펙’이라고 할 만한 것을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도 않은 모자란 학생을 흔쾌히 믿어주시고 새로 생기는 프로그램에 보내주시는 것이 정말 다시 생각해도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소심하고 모자란 나는 새롭고 낯선 환경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여행으로 유럽을 방문한다면 그곳은 굉장히 아름답고 멋진 곳이다. 하지만 교환학생으로 1년을 거주하러 간 유럽은 익숙해지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해야만 하는 곳이었다.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진 다른 문화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생각을 이해해야 했고, 불합리한 일을 당했을 때는 익숙하지 않은 외국어로나마 내 생각을 말해야만 했다.
교환학생의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독일의 국제학교에서 인턴을 하면서 10살도 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했지만 결국 ‘한국’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며 해결했던 경험, 교육 선진국으로 알고 있던 독일 학생들의 ‘독일 교육의 불합리한 시스템’에 대해 듣고 한국과 독일을 비교하면서 서로 너희 나라가 그래도 낫네를 외치던 경험....
한국에 돌아와서 ‘취업’만 놓고 보자면 솔직히 그 당시에는 남들 보기에 나의 독일 교환학생은 좋은 선택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독일을 다녀옴으로 인해 나는 스펙으로 가져갈 만한 자격증은 하나도 없었고, 졸업은 학점 부족으로 인해 한 학기가 미뤄지게 되었다.
나는 독일에서 배운 것이 많았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당장 취업 문제는 어려웠다.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것만 11번이던가? 그때 또 우리 교수님이 토닥이면서 말씀하셨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행복은 큰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랑 맛있는 것을 먹는 것도 행복이다, 가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거 먹으렴’ 그 말씀 듣고 많이 울기도 울었다.
교육학과에서 모자라고, 잘난 것 없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선배이자 누군가의 후배, 그리고 누군가의 제자인 나. 부족한 나에게 용기와 격려를 준 교육학과는 어떻게 보면 나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 중 하나일 것이다. 소중한 교육학과의 40주년을 맞아 교육학과의 후배에게 좋은 조언을 해준다거나, 거창하고 반짝이는 경험을 이야기 해 주지 못해서 죄송할 뿐이다. 그래도 그 말 하나는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교육학과의 4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